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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학생창업 투자계약서 유감

대학에서 모교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창업공간,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한지 오래되었죠.

최근에는 학생창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초기 투자도 하고 있지요. 아주 좋은 현상이어요.

그런데 최근 모 대학에서 투자를 받은 팀을 프라이머 클럽의 멤버로 선발하고 투자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전에 맺은 대학의 투자계약서를 검토하게 되었는데 좀 놀랐어요. 독소조항은 없지만 소액을 투자하면서 계약 내용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더 높은 기업가치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프라이머의 계약보다 강한 내용이 있어서 곤란했었어요.

그래서 창업자들에게 먼저 그 대학과 협의해서 몇 가지 조항을 삭제하도록 계약 수정을 권고 했는데, 대학에서 계약서 수정을 해 주지 않았지요. 어쩔 수 없이 프라이머도 그 조항을 삽입해서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어요.

창업자를 돕는다는 모토와는 다르게 VC보다 더 강한 계약조항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창업자를 돕는다는 씨드투자, 엔젤투자 단계의 투자자로서는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첫 번째 투자에서 그렇게 강한 투자계약서를 맺고 나면, 후속 투자를 받을 때는 후속 투자자와 협상할 여지가 아무것도 없게 되어요. 심지어 프라이머처럼 그런 강한 조항은 아예 요구하지 않는 투자자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조항을 추가해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런 초기 투자 계약서는 창업자를 장기적으로 곤란에 빠트리고 말죠.

과거 일부 대학에서 창업보육공간을 운영하면서도 무리하고도 과도한 지분을 요구했었지요. 그 대학은 스타트업계에 블랙리스트로 등록되어 소문이 자자했었어요. 심지어 창업보육공간을 이용하면서도 지분을 주지 않는 묘수족보(?)도 학생 창업자들 사이에 존재했었지요. 물론 그 대학의 창업보육센타 담당자나 담당교수님은 통~~ 모르셨겠지요.

요즘은 그런 현상이 투자계약서에서 보여지네요. 좀 안타까워요. 담당자 선에서는 아마도 현실을 알고 개선하려고 하겠지만 대학 역시 권위적인 의사결정 조직인데다가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의사결정 위치에 계실테니 현실을 반영하기가 쉽진 않겠죠.

그래서 제가 대학의 학생창업에 투자하는 투자 계약서에 대해 저 나름대로 기준을 제시 하려고 해요.

1.  5천 만원 이하의 소액투자 시에는 보통주로 투자하기를 권해요.(물론 보통주 투자의 댓가로 초기투자자는 낮은 벨류로 투자 할 기회를 얻죠)

2.  만일 투자금이 크거나 기업가치가 높은 경우, 우선주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상환권”은 넣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주로 계약위반이나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상환권을 행사하긴 하지만 계약서에 모호한 조건들 때문에 사실상 대출 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 거예요. 상환권이 꼭 필요할 만큼 투자가 두렵거나 창업자를 믿기 어려우면 돈을 은행에 넣어 두는게 더 좋겠죠.

3.  “보고의 의무”, “합의 사항”과 같은 조항들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적합하지 않아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재산은 시간인데 형식절차를 밟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투자금보다 더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하죠. 이런 조항은 적어도 재무나 관리 팀이 제대로 구축된 직원 20-30명 이상의 중소기업에게 요구할 조항을 공동창업자 2-3인 밖에 없는 스타트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이죠.

4.  물론 당연히 없겠지만 창업자 “연대보증”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지요.

스타트업이 투자협상 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그 조항은 표준계약서에 있어서 형식적으로 넣고 실질적으로는 행사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이어요. 세상에는 고칠 수 없는 표준계약서란 없어요. 계약서는 형식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거예요. 계약서 조항에 있는데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은 그 조직(투자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위법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 조항을 적용해야 할 때가 오면 반드시 그 조항을 적용해야만 하죠.

대학의 창업투자 담당자들은 한번 생각해 보시고 가능하면 이렇게 고치시기를 바라면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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