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쳐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생각할 것들

1996년 당시 코스닥에서 최고로 잘나가던 벤쳐회사 대표가 데이콤에서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잘하던 저에게 연락했어요. 이직을 제안했지만 굳이 회사를 옮기지 않겠다고 했더니 ‘우리 회사에서 지원해(인큐베이팅) 줄테니 창업해라’하더라구요. 당시 암호/전자지불 분야에서는 국내에서는 제가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지요. 그때부터 1년간 한달에 한두번씩 보안/전자지불 사업계획을 작성해서 시장과 기술에 대해 리뷰해 드렸어요.

1996년 말이 되니 충분히 준비되었으니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로 옮겨서 시작하자고 하더라구요. 그 회사에서 사업을 추진하다가 손익분기를 넘기면 되면 독립시켜주겠다고 약속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독립시켜줄 때 제 지분은 얼마가 되나요?’ 그 질문을 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어요. 당시 저의 기대치는 20%였는데.

저는 1997년 1월에 혼자 지분 100%를 가지고 창업했어요.  바로 직후에 알게되었지만 그 회사 역시 외부의 다른 전문가들로 팀을 꾸리고 신규사업으로 보안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회사가 되었어요. 저만 만난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접촉했었더라구요. 몇 년동안 그 회사는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코스닥에서 퇴출되더라구요.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돈을 지원해줘서 스타트업을 하게 했다. 또는 외부 젊은 기술자들을 지원해서 회사를 만들게 하겠다고 하는 발표를 볼 때마다 같은 질문을 가지고 기사를 보는데 답이 없더라구요. 심지어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몇몇 대기업의 담당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얼버무리면서 답을 하지 못하더라구요.

“잘 되어서 독립할 때 창업팀들의 지분은 얼마나 되나요? 도와줬던 회사가 갖는 권리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이 명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하거나, 창업을 돕는다고 하거나, 사람을 키운다고 하는 이야기들은 뭔가 애매한 면이 있는거 같아요. 차라리 심플하게  엑셀러레이터를 하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창업자들은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명확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100%지분을 갖는 회사를 만드세요.

어짜피 사업의 성공은 내가 만드는거지 누가 도와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2010년에 프라이머를 시작할 때, 그냥 10%이하(지금은 9.1%) 지분만 갖기로 결정한 것이어요. 내가 가진 사업아이디어도 창업자에게 주고, 돈도 투자해 주고, 멘토링도 하면서 사업을 도와도 10%이하 지분만 가지는 모델로 프라이머를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꼭 10%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어요. 20%, 30% 심지어 70%, 80%가 되더라도 (1)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2)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고, (3)확정적인 약속(계약)을 기반으로 일을 해야 오래 같이 할 수 있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