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묘기대행진인가?

창업가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기묘한 묘기를 기대하는 것을 자주 봐요. 묘수나 남들이 모르는 기발한 방법이 없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죠. 물론 그런 것이 도움이 되긴하지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 원리는 약간의 스마트함을 갖춘 ‘끈기있는 도전’이지요.

사람들은 도전을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투자를 할때나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묘수를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역사와 경험을 통해보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끈기있는 도전을 통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경우들이 더 많죠. 저 역시 그 예 중에 하나이어요.

창업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로하여금 탁월한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의 창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프라이머는 이런 창업정신을 지원해요. 함께 도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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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선생으로 도망치고 싶은 유혹

창업가, 경영자로서 그리고 투자자로서 필요에 따라 경영학 책을 많이 읽는다.

구구절절 훌륭한 이야기이고, 너무나 그럴 듯하고, 이대로 실천하면 다 성공 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자료를 모았고, 이런 멋진 이론을 구상했을까, 참 부럽다.  그 책들을 보면 훌륭한 경영과 성공의 원리가 훤히 보이고 쉬워 보인다.

그때마다 잠깐이지만 유혹이 있다. 투자하고 엑셀러레이션으로 창업자들을 도와, 좋은 경영을 하게 해서, 그 결과로 투자한 회사들이 진짜 성공해서 투자금이 불어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 건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서 너무 높은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그냥 경영학을 말과 글로만 가르치면 끝낼 수 있는 선생이면, 결과물에 대한 평가의 부담이나 책임이 덜 할 것이라는 유혹을 받는다. 좋은 경영의 결과물인 ‘경영의 결과’가 없어도 잘 만 포장해도 내 할 일을 잘 했다고 충분히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창업가다. 창업가는 행동가다. 그리고 과정보다 결과에 대해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마라톤 선수와 사명

마라톤 선수의 사명은 뛰는 것, 완주하는 것 그리고 짧은 시간에 완주하는 것이다.

뛰다가 길가 예쁜 꽃이 눈에 띌 수도 있다. 길가에 좌전을 펼친 불쌍한 할머니도 목격할 수도 있다. 눈 앞에 넘어진 어린이를 일으켜세우는 걸 잠깐 도와주고 뛸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문제가 없다.

그런데 달리는 중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는 언론 인터뷰 질문의 대답에서 그가 ‘길가의 예쁜 꽃과 불쌍한 할머니 이야기 그리고 넘어진 어린이’ 이야기들로 대답하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가 달리기는 했지만 집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된 관심사를 맨 먼저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반복한다. 그리고 이면행동과 의사결정으로 표현한다.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명시적으로는 자신의 사명을 이야기하지만, 무의식중에서나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자주하는 이야기가 진짜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대청마루에 가훈으로 “온화함”을 크게 써서 붙여 두고, 그 앞에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자주 질렀던 사람에게 가훈을 물으면 “온화함”이라고 대답하겠지만 그의 진짜 사명은 “엄격함”이었을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인터뷰중에 할머니를 만난 이야기와 길가에 핀 꽃이야기를 주로 이야기한다면 그는 달리는 것이 사명인 선수가 아니라 길가의 산책 나온 산책가가 적합할지 모른다. 비록 그것들을 다 보았고 또 넘어진 어린이를 일으켜 세우고 뛰었다 하더라도 사명이 분명한 사람에게는 그것들은 자연스런 과정으로 스처지나간 것일 뿐이다. 착한일과 사명을 혼돈하지도 말고, 뒤섞지도 말자.

스타트업의 사명도 마찬가지다. 사업계획서에 쓰여진 회사의 사명보다 무의식적으로 자주 말하는 것과 실행 이면에 들어 있는 것들이 그의 사명이자 관심사이다. 왜 그런 말로 관심을 표현하는지? 왜 그것을 하는지? 를 따져보면 그 뿌리에는 다른 사명이 발견된다. 어쩌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책가이거나 사회사업가이거나 예술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별히 스타트업은 사명을 분명히 알고 포커스 한 사람 혹은 조직만이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사명과 일치하는지 스스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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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의 한계까지 밀어부치는 경험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일을 하도록
강요받지 않으면 내 안에 숨어 있는 능력은 영원히
…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한계를 뛰어넘어 잠재력의 발현을
경험하는 것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이다.”
 

– 황농문의 《몰입》중에서

 

창업이 고통스럽고 위험한 것인데 창업을 권하는 사람들을 탓하는 이야기도 종종 있지만 저는 창업을 권해요. 위의 글과 같은 이유때문이죠. 저도 창업하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던 나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없었을거예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강점과 위대한 일을 할 초인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다만 그 초능력이 사회와 환경과 자기자신이라는 ‘크립톤’ 항성에 갖혀서 발휘되지 못한채 평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끈을 끊는 한가지 길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부치는” 도전을 하는 것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창업’이라고 믿어요. 자주 이야기하지만 “빚만 지지 않는다는 결심을 한 창업”은 가장 리스크가 낮은 최고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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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낄때, 원점으로 가라

창업가들은 승승장구 할 때 보다, 어려워져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을때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지가 좋은 경영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죠.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낄때 바닥을 향해 더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경영자이죠. 바닥을 치고 올라온 회사는 환골탈퇴한 내공을 가져 이전 승승장구 할 때 보다 더 강한 회사가 되곤 해요.

제가 창업했던 이니시스 역시 2천년초에 거대한 신규사업을 벌려서 직원 60명에서 거의300명으로 불어나면서 2년만에 회사자금은 다 쓴데다가 대규모 부채까지 안고서 잘 안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때, 이 사업을 헐 값으로 매각하고 부채는 여전히 안은채 직원 70명으로 되돌아가 전자지불사업을 일으키느라 다시 수년간을 노력했었지요. 그 결과 전자지불 사업 그것만으로도 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더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낄때, 다시 창업한다는 마음으로 원점으로 되돌아 가 보세요. 거기서 다시 보면 진짜 길이 보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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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의 차이가 수준의 차이를 만든다

사람들이 일하거나 만들거나 할 때 결과물의 수준의 차이를 만드는 원인은 무엇으로 시작되는 걸까? “기준의 차이”가 수준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의 중국은 많이 나아졌지만, 80년대 중국에 의류생산을 맡긴 사장들의 불평은 그들이 옷을 똑바로 바느질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요. 왜 이렇게 삐뚤삐뚤하게 재봉질 했느냐고 이야기 하면, “그 정도면 똑바른 것”이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죠.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똑바른 것에 대한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이어요.

오늘날 스타트업들을 만나보면 다들 린스타트업을 알고 그대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핵심에 포커스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해요.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린’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포털을 만들면서 MVP를 만들고 있다고 하죠. ‘린’함의 기준과 ‘포커스’의 기준이 참 느슨하다는 걸 발견해요. 막상 구체적인 케이스를.가지고 멘토링을 하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하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고 말하죠.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면 그 느낌이 원상회복되어버린다는 걸 나는 알면서도 잘 하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습관이란 그렇게 한번의 멘토링으로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기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어요.

대학의 학생창업 투자계약서 유감

대학에서 모교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창업공간,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한지 오래되었죠.

최근에는 학생창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초기 투자도 하고 있지요. 아주 좋은 현상이어요.

그런데 최근 모 대학에서 투자를 받은 팀을 프라이머 클럽의 멤버로 선발하고 투자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전에 맺은 대학의 투자계약서를 검토하게 되었는데 좀 놀랐어요. 독소조항은 없지만 소액을 투자하면서 계약 내용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더 높은 기업가치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프라이머의 계약보다 강한 내용이 있어서 곤란했었어요.

그래서 창업자들에게 먼저 그 대학과 협의해서 몇 가지 조항을 삭제하도록 계약 수정을 권고 했는데, 대학에서 계약서 수정을 해 주지 않았지요. 어쩔 수 없이 프라이머도 그 조항을 삽입해서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어요.

창업자를 돕는다는 모토와는 다르게 VC보다 더 강한 계약조항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창업자를 돕는다는 씨드투자, 엔젤투자 단계의 투자자로서는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첫 번째 투자에서 그렇게 강한 투자계약서를 맺고 나면, 후속 투자를 받을 때는 후속 투자자와 협상할 여지가 아무것도 없게 되어요. 심지어 프라이머처럼 그런 강한 조항은 아예 요구하지 않는 투자자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조항을 추가해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런 초기 투자 계약서는 창업자를 장기적으로 곤란에 빠트리고 말죠.

과거 일부 대학에서 창업보육공간을 운영하면서도 무리하고도 과도한 지분을 요구했었지요. 그 대학은 스타트업계에 블랙리스트로 등록되어 소문이 자자했었어요. 심지어 창업보육공간을 이용하면서도 지분을 주지 않는 묘수족보(?)도 학생 창업자들 사이에 존재했었지요. 물론 그 대학의 창업보육센타 담당자나 담당교수님은 통~~ 모르셨겠지요.

요즘은 그런 현상이 투자계약서에서 보여지네요. 좀 안타까워요. 담당자 선에서는 아마도 현실을 알고 개선하려고 하겠지만 대학 역시 권위적인 의사결정 조직인데다가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의사결정 위치에 계실테니 현실을 반영하기가 쉽진 않겠죠.

그래서 제가 대학의 학생창업에 투자하는 투자 계약서에 대해 저 나름대로 기준을 제시 하려고 해요.

1.  5천 만원 이하의 소액투자 시에는 보통주로 투자하기를 권해요.(물론 보통주 투자의 댓가로 초기투자자는 낮은 벨류로 투자 할 기회를 얻죠)

2.  만일 투자금이 크거나 기업가치가 높은 경우, 우선주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상환권”은 넣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주로 계약위반이나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상환권을 행사하긴 하지만 계약서에 모호한 조건들 때문에 사실상 대출 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 거예요. 상환권이 꼭 필요할 만큼 투자가 두렵거나 창업자를 믿기 어려우면 돈을 은행에 넣어 두는게 더 좋겠죠.

3.  “보고의 의무”, “합의 사항”과 같은 조항들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적합하지 않아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재산은 시간인데 형식절차를 밟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투자금보다 더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하죠. 이런 조항은 적어도 재무나 관리 팀이 제대로 구축된 직원 20-30명 이상의 중소기업에게 요구할 조항을 공동창업자 2-3인 밖에 없는 스타트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이죠.

4.  물론 당연히 없겠지만 창업자 “연대보증”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지요.

스타트업이 투자협상 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그 조항은 표준계약서에 있어서 형식적으로 넣고 실질적으로는 행사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이어요. 세상에는 고칠 수 없는 표준계약서란 없어요. 계약서는 형식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거예요. 계약서 조항에 있는데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은 그 조직(투자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위법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 조항을 적용해야 할 때가 오면 반드시 그 조항을 적용해야만 하죠.

대학의 창업투자 담당자들은 한번 생각해 보시고 가능하면 이렇게 고치시기를 바라면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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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아마존 ‘가짜 상품평 올린 1000여명 고발’” 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겨우 몇 달러 벌려고 그 일을 한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걸 시킨 사람을 벌해야지”라는 식이 우리나라 정서죠. 독곰팡이가 바닥에서 서서히 퍼지는 원리처럼, 밑에서 돈과 자리를 탐하며 나쁜 짓에 협조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위에서 그 일을 도모 할 수 있게 되죠.

아마존의 이런 조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잘 푸는 것 같아요. 돈 받고 협조하는 말단의 사람들을 엄하게 처벌하면 문제를 쉽게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죠.

구조적인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실무진들은 그냥 두고 윗 사람만 잠깐 감옥 갔다 나오면 끝나는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모든 부정부패와 비리의 관련된 말단 “실무자”들을 하나도 빠트림 없이 더 엄하게 처벌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더 빠르게 깨끗한 나라가 될 거예요.